금감원이야기

2019 여섯번째 이야기

vol.110

Life Story

포용의 리더십

포용으로 이끌다

‘용장(勇將)은 지장(智將)만 못하며 지장은 덕장(德將)만 못하다’. 무려 2500년 전에 쓰인 손자병법에 나오는 리더십에 대한 문구는 현대사회에서도 힘과 패기로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아닌 따뜻한 덕성으로 구성원들을 보듬는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

아세안축구연맹(AFF) 선정 2019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포용 리더십이 화제가 되고 있다. 소탈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그간 성적이 저조했던 ‘비주류’ 선수들을 성심으로 이끌어 최고의 성과를 거둔 것은 박 감독 특유의 리더십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는 스파르타식 리더십은 이제 옛말이다. 오늘날 전문가들은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역사적 인물들에게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미덕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로부터 진정한 포용 리더십을 배워보자.

포용의 정신으로 인재 등용_세종대왕

우리 역사상 ‘성군’으로 손꼽는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그야말로 소통과 포용의 정신이었다. 작은 정책 하나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타협하고 활발히 소통하여 집행하곤 했다. 그가 성군으로 자리매김한 가장 큰 비결은 선대와 달리 보복의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자신의 세자임명을 반대했던 황희를 불러들이는가 하면, 세종의 장인 심온을 처형하는 데 앞장섰던 유장현을 좌의정 자리에 앉혔다. 능력 있고 명분이 있다면 반대파라도 기꺼이 껴안았다. 이러한 포용의 정치는 백성을 위해 국가의 안정이 우선이라 여긴 리더의 넓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실용주의에 입각한 포용 정신_윈스턴 처칠

“나를 반대하는 45%의 사람들이 모두 바보일 리는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수상직에 오른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말하며 반대파들을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무자비한 전쟁이 남긴 증오의 씨앗 때문일까, 간단한 즉결 심판만으로 반대파 처형이 얼마든지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윈스턴 처칠은 “전시에는 결단을, 패배 시에는 저항을, 승리했을 때는 너그러움을, 평화 시에는 선의를”이라는 명언을 남기며 전쟁의 상흔에 신음하던 국민들의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합리성과 다수의 이익, 그리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전제되어 있다면, 처칠에게 내 편이냐 아니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렇듯 넓은 포용 정신은 대영제국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의 대표적인 미덕이었고, 현재까지도 그는 위대한 정치인으로 역사 속에 살아 있다.

마음을 사로잡는 궁극의 통치_강희제

수많은 전쟁을 치른 끝에 황제의 자리에 오른 청나라의 강희제는 무려 61년간 나라를 통치하며 태평성대를 연 성군으로 유명하다. 그의 리더십은 현대 중국 지도자들조차 가장 본받고 싶어 하는 최고의 리더십으로 추앙 받고 있다.
오랜 기간 한 나라를 통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한 카리스마에 있지않았다. 그는 자신의 권력 유지에 위협이 되는 존재를 제거함으로써 왕권을 지켜나가는 보통 왕들과 달랐다. 만주족이었던 강희제는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에 한족 백성들을 모두 끌어안기 위해 한족의 언어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모든 백성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만 그들이 바라는 왕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일찍 깨우쳤던 셈이다. 뿐만 아니라 숙청 대상이었던 명나라 치하의 인재들을 차별 없이 등용하고 한족 유학자들을 친히 만나 마음을 얻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황제의 포용 정신은 어지러운 시대 속에 지쳐있던 백성들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고 한족과 만주족의 문화적, 사회적 통합에도 크게 기여했다. 진정한 리더십은 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을 끌어안는 포용에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