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야기

2019 네번째 이야기

vol.108

Prologue

FSS가 만난 사람

워라밸이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
임수열 (주)프렌트립 대표

글. 홍유진 사진. 김진호

여행은 짧고, 일상은 길다. 매 순간 빛나던 여행이 끝난 뒤에도 빛나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면 어떨까. 여기, 이 젊은 CEO는 이런 상상을 현실로 옮겨놓는 놀라운 시도를 성공시켰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을 만든 임수열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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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설계하는 액티비티의 즐거움

언제부터일까. ‘저녁 있는 삶’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시간의 가치를 더 귀히 여기게 되었다. 돈의 노예가 아닌,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 정해진 대로 사는 것이 아닌,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뭔가를 실행에 옮기는 것. 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까지 누구나 원하는 엘리트 코스를 거치며 승승장구해 온 임수열 대표도 그랬다. 취업 준비를 하던 중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삶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 것. 휴학을 하고 떠난 유럽에서 봉사활동과 인턴활동 등 학업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체험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제가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니 공부 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더라고요. 진짜 중요한 것은 세상 밖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요.” 한국에 돌아온 그는 자신처럼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20~30대들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봤다. 처음엔 사업이라기보다는 동호회 활동으로 시작했다. 모집한 회원들을 데리고 떠난 ‘강원도 삼척 장호항 스노클링’ 모임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지만 거기서 그는 가능성을 봤다. “버스 한 대를 대절해 갈 수 있는 만큼만 모으기로 했는데, 하루 만에 정원이 다 찼어요.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 깨달았죠. 날씨는 흐리고 준비는 미흡하고 엉망진창이었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 단 한 번의 여행이 국내 최대 규모의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Frip)’의 시초가 되었다. 누구나 호스트가 되어 숙소를 빌려줄 수 있는 ‘에어비앤비’처럼 액티비티를 호스트가 직접 올리고 참여하는 플랫폼 서비스다. 서핑, 스노클링, 스키, 낚시 등의 레저스포츠부터 베이킹, 도자기 만들기, 사진 촬영 등 전문가가 직접 여는 원데이 클래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2013년 창업한 이래로 가입자 수는 우후죽순 늘어났고 현재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이 다채로운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즐거움과 행복은 함께할수록 커진다

얼마 전 카페에서 일하다가 재미있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는 임 대표. “예비 시어머니랑 데이트하기로 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프립에서 찾아 봐.” “오, 이런 게 있어? 원데이 클래스도 많네. 케이크 만들기가 좋을까?” 마치 광고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대화지만, 임 대표는 실제로 들은 게 맞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아직까지 프립을 이용하는 주 고객층은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후반이 가장 많지만 점점 연령대가 확장되어 가는 추세라고 했다. 위 대화의 주인공처럼 부모님과 함께 참여를 하거나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지닌 장년층들의 유입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저도 얼마 전 어머니와 함께 도자기 만들기 프립에 참여한 적 있어요. 생각보다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셔서 저도 흐뭇하더라고요.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일지도 몰라요. 시간이 주어져도 어떻게 보낼지 모른다는 게 정답이죠. 프립은 그 대안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임수열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적인 풍조가 크게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강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하는 동호회 활동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정도의 가벼운 만남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커졌다. 이른 바 ‘약한 연결(Weak ties)’의 힘이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학연, 지연의 ‘강력한 연결’이 아니라 그냥 알고만 지내는 정도의 ‘약한 연결’이 성공과 행복에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워라밸’, ‘저녁 있는 삶’에 대한 니즈가 더 커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일하지 않는 시간, 즉 여가 시간을 이용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다른 분야의 인맥을 쌓는 것이 오히려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행복의 기준을 높이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거든요. 특히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걸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독특한 콘셉트의 모임도 자주 개설된다고 한다. 최근에 연일 매진을 기록한 ‘수평어 프립’은 처음 만난 사이에도 무조건 반말을 해야 하는 룰로 인기를 끌었다. 서열 관계 위주의 직장생활에서 쌓인 긴장감을 이 모임을 통해 풀 수 있어서 좋았다는 후기가 많았다고. “참여하시는 분들이 정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계시더라고요. 이런 아이디어를 낸 호스트도, 모임에 참여하는 멤버들도 모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행복이 증폭되는 장이 되는 거죠.” 경험들이 모여 당신의 삶이 된다. 그렇다면, 임수열 대표는 정작 자신의 워라밸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벤처 사업의 특성상 퇴근 시간도, 주 5일 근무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보니 그에게 워라밸은 언감생심이다. “저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CEO들 모두 같은 말을 할 것 같아요. 워라밸이 아니라 ‘워크 이즈 라이프’다. 일과 삶이 구분되지 않는 생활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어요. 다행인 건 일이 무척이나 즐겁다는 사실이죠.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으니 이 정도의 바쁨은 감수해야 하는 거겠죠.”
일하지 않는 시간을 풍요롭게 가꿔 나갈수록 행복한 삶에 가까워진다고 이야기하는 임수열 대표. 정작 자신은 연일 야근에, 주말에도 출근해서 일하는 날이 수두룩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놓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틈 날 때마다 저도 프립을 주최하기도 해요. 주로 등산이나 풋살 같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하면 더 즐거운 취미활동이죠. 아, 최근에는 낚시도 종종 즐기고 있어요. 가끔 이게 일인지, 취미생활인지 헷갈리긴 하지만요.”

프립 서비스는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될수록 더욱 확장되고 다양해지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는 국내 액티비티에 한정되어 있지만 임 대표는 머잖아 해외 액티비티까지도 프립 서비스 안에서 다뤄 보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일상은 맨날 똑같잖아요. 쳇바퀴 돌 듯이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죠. 그러다 가끔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작은 성공을 거뒀을 때 사람들은 엄청난 자극을 받거든요. 저도 프립을 통해 처음 경험해 본 것들이 많아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그러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행동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도전은 늘 두렵고 낯선 법이지만, 행복이 거기에 있다면 기꺼이 실행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 도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지 않고, 먼 데 있지 않다는, 젊은 CEO의 진심어린 당부가 우리에게 작은 용기를 준다.